2017년 개봉한 영화 '군함도'에 대해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연출을 맡은 류승완 감독이 영화 '베테랑'으로 관객 1300만 명을 동원하며 큰 성공을 거둔 후 선보인 작품이라는 점에서 관객들의 기대가 매우 컸습니다. 또한 출연 배우들도 화려해서 무조건 흥행에 성공할 거라 생각됐던 작품입니다. 그럼에도 영화 '군함도'가 흥행에 실패한 이유를 알아보겠습니다.
지옥섬을 탈출하다
경성 반도호텔의 악단장 이강옥은 뛰어난 춤, 노래, 악기 연주 실력으로 경성에서 유명했다. 생활이 궁핍했던 그는 돈으로 매수한 경찰에게 일본에서 일할 수 있는 일자리를 추천받는다. 이강옥은 자신의 딸 이소희와 함께 새로운 삶을 꿈꾸며 일본으로 떠나기 위해 항구로 향한다. 그러나 그곳에서 자신이 경찰에게 사기당한 것을 알아차리게 되지만 결국 순사들의 손에 이끌려 지옥섬인 '군함도'로 가게 된다. 지옥섬으로 가는 배 안에는 종로 건달 출신 최칠성과 위안부로 끌려가 모진 고생을 한 오말년도 있었다. 돈을 벌게 해 준다는 말에 속아 섬에 끌려온 사람들은 일본인들의 감시 속에 가혹한 대우를 받는다. 남자들은 탄광으로 끌려가 강제노동착취를 당하고 여자들은 위안부 신세가 되었다. 고된 노동으로 사망하는 사람도 허다했다. 이런 부당함에 맞서 일본군과 협상하고 조선인들의 정신적 지주가 된 사람이 윤학철이다. 한편 광복군 요원 박무영은 독립운동의 주요인사인 윤학철이 군함도에 붙잡혀있다는 소식을 듣고 그를 구출하기 위해 위장 잠입을 시도한다. 군함도에 무사히 잠입해 윤학철을 구출하기 위해 작전을 수행하던 중 이상한 낌새를 발견한다. 사실 윤학철은 변절자였다. 일본인 간부와 손을 잡고 조선 사람들의 급여를 가로채고 있었다. 박무영이 이러한 사실이 적힌 장부를 발견해 사람들을 모아 이 사실을 알린다. 변절자 윤학철은 조선인들에 의해 처형당한다. 나머지 조선인들은 서로 힘을 합쳐 '군함도'를 탈출할 계획을 짜고 일본군의 삼엄한 경비를 뚫고 탈출을 감행한다. 최칠성과 오말년은 사람들을 먼저 탈출시키려다 목숨을 잃게 되고 이강옥은 딸 대신 일본군의 총에 맞고 사망한다. 박무영과 이강옥의 딸 이소희는 많은 사람들의 도움과 희생으로 겨우 탈출에 성공한다.
대규모 투자에도 흥행 실패
이 영화에는 순수 제작비 225억 원과 광고비 42억을 포함해 총 제작비 267억이 투자되었다. 한국영화 기준 역대 다섯 번째로 큰 규모이다. 류승완 감독은 스태프들과 함께 실제 군함도를 견학 후 춘천에 대형 세트장을 만들어 영화를 촬영했다. 영화의 손익분기점은 800만 명이었다. 개봉 첫날 관객 97만 명을 동원하며 당시 기준 역대 최고 기록을 세우며 쾌조의 스타트를 보여줬다. 손익분기점은 물론이고 1000만 관객도 무난하게 달성할 거라 여겨졌다. 그러나 이후 역사왜곡 등 여러 가지 문제가 불거지며 결국 총 관객수 659만 명을 동원하며 손익분기점 달성조차 실패한다. 그야말로 처참하게 실패한 것이다. 대규모 투자, 명성 있는 감독, 초호화 배우진 그리고 일제강점기와 '군함도'라는 소재를 가지고도 영화는 실패했다. 영화가 실패한 가장 큰 이유는 '군함도'라는 소재를 올바르게 활용하지 못해서라고 생각한다. 당시 일제강점기 시대를 다룬 대다수의 영화가 흥행에 성공하는 것은 기정 사실화되어있었다. 흔히 말하는 '애국 마케팅'에 성공한 것이다. 이 영화가 초반 흥행을 이룬 이유도 애국 마케팅이 가장 컸다고 본다. 그러나 실제 영화를 보고 나니 그저 시점이 일제강점기이고 배경이 군함도인 초대형 블록버스터 탈출 영화에 지나지 않았다고 평가받았다. 다음으로는 일제강점기 일본이 저지른 만행을 집중 조명한 것이 아니라 친일파의 만행이 더욱 강조된 점이다. 일제의 만행에 대항해 저항하는 다른 독립운동 영화와는 다른 설정이 관객들의 거부감을 불러일으켰다는 평이 많다.
역사왜곡 논란과 영화를 보고 느낀 점
과거 역사를 소재로 하는 모든 영화들은 대부분 역사 왜곡 논란에 휩싸인다. 역사라는 것이 이미 오래전 일어난 일이고 또 누구의 시점에서 보고 기록하느냐에 따라 달라 지기 때문에 이러한 논란을 앞으로도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영화 '군함도'도 역시 역사를 왜곡했다는 비판을 많이 받았다. 그러나 사실상 역사를 왜곡한 것은 아니다. 그저 영화에 나오는 캐릭터가 감독의 창작에 의해 만들어진 허구일 뿐이다. 그러나 영화를 보는 관객들 중 일부는 스크린을 통해 보이는 감독의 연출물을 실제 사실이라고 믿는 경향이 있다. 물론 상업영화를 만드는 감독 입장에서는 흥행을 위해 관객의 관심을 끌 수 있는 어느 정도의 창작과 흥미요소가 필수적이다. 감독 본인도 영화 초반부에 창작물임을 밝히고 있다. 이런 창작 요소가 없다면 그건 다큐멘터리이지 영화가 아니다. 하지만 정도가 조금 지나쳤다는 생각은 든다. 실제 군함도 생존자도 영화를 보고 나서 너무 과장됐다고 말했다. 한국과 일본은 일제강점기 당시 군함도에서 있었던 만행들과 관련해서 아직도 갈등을 빚고 있다. 우리나라의 역사적인 문제나 당시 군함도에서 힘든 시기를 겪은 분들을 생각한다면 조금 더 신중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군함도'라는 소재를 그저 관객들의 흥미를 끌기 위한 요소로 사용해 일회성 오락 요소로 낭비한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것 같다. 물론 무조건적으로 영화가 잘못됐다는 것은 아니다. 영화 말미에 군함도에서 일어났던 만행에 대해 관객들에게 분명하게 알려준다. 또한 영화 개봉과 함께 TV 다큐멘터리를 방영해 군함도에 대해 자세히 알리려는 감독의 노력도 있었다는 점에는 박수를 쳐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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